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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지방분권 改憲’도 필요하다 - 문화일보 2017년 06월 08일(木) -

dd100 2017. 6. 9. 09:00

앞으로 1년 있으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내년 6월 13일 치러질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는 물론 취임 후에도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자치분권 공약에서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 국무회의의 정례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분권의 법적 기반 확보, 중앙정부의 권한과 사무의 이행을 통한 자치 사무 비율을 40%로 높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별도로 하면 엄청난 비용과 국력이 낭비되므로 지방선거와 같이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분권의 원년은 물론 개헌(改憲)을 통해 1987년 체제를 마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 체제를 형성하게 될 것 같다.

올해로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2년째이며, 1991년 3월 26일 실시된 지방의회를 기준으로 하면 26년째가 되는 해이다. 실질적 지방자치인 민선단체장까지 포함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995년 6월 27일 실시된 이후 지방자치는 ‘20% 지방자치’ ‘절름발이 지방자치’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특성 있는 지방 발전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지역 발전이 활성화되고 애향심이 고취되는 등 지방자치가 점차 뿌리내리는 과정이다.

반면,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하다. 최근 의정부 경전철 파산선고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 행정에 의한 방만한 지방재정 운영, 지역 토호 세력과의 비리 연계와 지방권력 독점화 현상, 자질 부족에 더해 이권 개입에 바쁜 지방의원 행태,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정치 종속화 현상 등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개혁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에 대한 명암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차례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본 것처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지자체장을 통해 국가지도자로 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지난 5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경남지사,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는 당 예비선거, 또는 본선에서 대선 경쟁을 했다.

이미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선됐고, 과거 대선 후보에 출마 또는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던 고건, 손학규, 이인제, 김문수, 오세훈, 박원순 씨 등도 역시 광역단체장 경험을 가졌다. 이런 현상은 이미 서구 선진 민주정치 국가에서 일반화한 현상이며, 우리나라도 이런 국가지도자로서의 리더십 형성과 상승 과정이 점차 정착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유례없는 국정 공백 상태를 겪었다. 만약 과거와 같이 지자체장을 중앙정부에서 임명했더라면 임명직 단체장들은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만 신경을 쓰면서 서울에 상주했을 것이며, 따라서 지방행정은 마비돼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국정 공백 상태가 지속됐을 것이다. 

민주정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인 지방자치를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흔히 ‘민주정치의 학교’라고 한다. 미국, 독일 등 지방자치가 발달한 국가들이 안정된 정치 리더십 아래 정치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 실시 전에 선거법 개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에 있을 예정이다. 따라서 2022년 6월 예정인 제8회 지방선거일을, 임기 단축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2022년 3월 9일에 실시하는 것도 정치 개혁의 하나는 아닐까. 3개월 간격으로 전국단위 선거를 2회 치르는 것은 국력 낭비다. 

앞으로 있을 개헌의 초점은 권력구조 개편,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이다. 특히, 지방분권은 지방자치 확대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근거를 개헌에 담아야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방분권에 대한 새 정부 의지를 국정 과제로 채택, 지방분권의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재정과 권력 집중을 해소하는 분권과 자치 실현은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