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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경기일보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묻다’ 좌담회에서 이범관 전 국회의원,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최순종 경기대 교수,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등 패널들이 19대 대선을 평가하고 문재인 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승현기자 |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 보궐선거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한 채 준비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드러난 세대 간 갈등과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지역 갈등,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여기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미국 정부와의 관계, 사드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등 대외적인 현안 과제도 수북하다.
이에 경기일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날인 10일 오전 10시 경기일보 소회의실에서 김영래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이범관 전 국회의원,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최순종 경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묻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 ‘시민의 힘을 보여준 선거’라며 새 정부는 ‘소통’과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 김창학 정치부장 :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가 보궐로, 조기 대선으로 치러졌다.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범관 전 국회의원 : 민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앞으로 민심을 거스르면 어느 정권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새 정부에서는 어떠한 비리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김영래 교수 : 현시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번 대선이야말로 탄핵정국으로 인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거였다. 국민은 변화를 갈망했고 그 변화를 이번 대선 투표로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촛불집회부터 대선까지, 이번 일련의 과정들은 앞으로 ‘한국정치가 시민사회와 어떻게 거버넌스를 형성해 가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안겨줬다고 본다.
이광재 사무총장 : 한마디로 궐위선거였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해고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고용한 것이다.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이 어떻게 권위주의적 통치를 종식시키고 국민의 봉사자로서 얼마나 열심히 일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또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그동안의 권위적 질서를 요구했던 구세대가 몰락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저 사람도 나쁘니까 저 사람도 죽여!’라는 힘이 크게 발휘되지 못했다.
최순종 교수 : 국민의 힘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기 대선까지 오는 과정에서 시민운동과 시민들의 참여가 또 다른 사회갈등을 만들어 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정치색이 너무 강했다고 보인다.
시민운동이 진영의 논리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또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시민운동에 임할 필요도 있다. 내가 들었던 촛불이, 태극기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거기에 내가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재은 원장 : 이번 대선의 공통된 단어는 촛불민심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 요인이 많다. 힘들고 어려운데 정부의 집권세력이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또 그 뒷면에서 권력의 사유화가 이뤄지고, 사익이 추구되고, 사실 관계 없이 대한민국 재벌들이 개입되고, 또 정치적 거래가 이뤄졌다. 이런 것들이 누적돼 국민의 불만이 촛불로 터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시민사회의 성숙만큼 정치권도 성숙했는가?’라는 아주 냉정한 질문이 투표에 반영됐다고 본다. 그 점이 유력 양강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가 3위로 전락하게 된 결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 김창학 정치부장 : 대선 결과에 대해 분석을 해본다면.
김영래 교수 : 이번 선거를 보면 3가지 특징이 있다. 5명의 유력후보가 완주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42%를 얻었다. 이것은 상당히 높은 득표율이다. 결국 국민의 지지를 상당히 받았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세대갈등이 심각했다. 20~40대까지는 진보였고 60대 이상은 대부분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는데 50대가 과거에 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 50대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그랬던 50대들이 이번에는 우리 사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줬다고 본다.
세 번째는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등 지역주의를 부추긴 선거공약ㆍ유세가 있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 완화된 경향을 나타냈다.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최순종 교수 : 나는 이번 대선에서 지역주의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지 않는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영남에서 20~30%의 지지도 얻지 못했어야 지역주의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또 홍승표ㆍ유승민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표는 5%도 되지 않는다. 이걸 보면 사실상 지역주의는 더 심해진 것인데 그 원인은 시민들을 이용하는 정치인들 탓이다.
이재은 원장 : 지역대립은 그동안 정치권이 만들어온 것이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너나 할 것 없이 분노했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반성했나. 자유한국당이 진정한 반성을 했다면 후보를 내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을 부추겼다. 이것은 촛불민심을 거역한 것이다.
■ 김창학 정치부장 : 곧바로 출범하게 된 문재인 정부.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할까.
김영래 교수 : 사회적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통합’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연설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세력까지 껴안겠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 정치에 있어서는 협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 의석수를 보면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새 정부라고 해서 과거의 것을 무조건 바꾸기보다는 과거정부에서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가치 같은 것 중 받아들일 거는 받아들이는 게 좋다.
최순종 교수 : 3가지 소통을 잘해야 한다. 먼저 국민과의 소통이다. 언론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국회와의 소통이다. 여야 구분없이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부처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부처 간 이기주의, 불통, 이러한 것을 해소해야 한다.
이광재 사무총장 : 우리나라만큼 선거 이전과 이후가 따로 따로인 국가는 없다. 지난 정부 때 총 201개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인수위에서부터 다 다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최순실 쪽지가 들어갔고 이것이 국가 비전으로 등장하게 됐다. 새 정부는 선거 공약에서 국정과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재은 교수 : 적당히 나누고 짝짝꿍하는 것을 통합이라고 보긴 어렵다. 왜 사회가 갈등이 났는가를 거꾸로 짚어봐야 통합을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중장년ㆍ청년 실업문제는 물론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월급을 200만 원정도 밖에 벌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선진국으로 가나.
1960년대에는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이 먹혔나. 그러나 정작 당시 세대들은 죽을 때까지 분배를 받지 못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후손들도 분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먼저 해소한 후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
이범관 전 국회의원 : 새 정부는 국민통합이 제일 중요하다. 국회가 여소야대일 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대립도 여전하고 세대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 빈부격차, 지역갈등, 남북대립, 안보문제, 자주외교상실, 복지논쟁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북하다. 당연히 통합의 정신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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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학 정치부장 :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개혁, 개헌 등이 가능하겠는가.김영래 교수 : 정치인들이 스스로 개혁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 지난 1987년 성립된 한국 정치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에 나왔던 문재인 대통령도 개혁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임기 내에 개헌문제는 나름대로 마무리 져서 현 체제가 변화돼야 한다고 본다.
최순종 교수 : 권한과 책임이 핵심이다. 권한은 있는데 책임을 안 지는 것이 문제다. 공약도 사실은 책임의 문제다. 국회의원 역시 권한에 대한 책임을 안 진다. 개헌의 문제는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과 비서실도 나눠졌으면 좋겠다. 정책에 대한 건 정책실에서 관리하고, 비서실은 비서실대로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돼야 서로 견제도 하고 협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이 너무 잘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정능력은 한국정치 사회의 핵심이다. 많은 얘기를 듣고 본인이 종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사실상 통일ㆍ외교ㆍ안보 등은 부처가 따로 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문제 아닌가. 많은 이야기를 듣는 국민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이재은 원장 : 대통령이 탄핵된 후 현재까지 중앙정부 행정권이 마비됐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보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지방자치제의 힘이다.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 관련된 행정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이뤄진 사회가 진짜 선진국이다.
새 정부는 시민 삶에 직결된 행정은 다 지방자치에 줬으면 좋겠다. 지방자치만 제대로 가동돼도 경제와 복지문제 등을 중앙정부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방자치가 강화되는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광재 사무총장 : 현재 우리나라는 개헌에 대해 몰아치기 내지는 나머지 숙제하듯이 해결하려 한다. 이제까지 합의가 된 것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게 맞다. 이제는 새로운 사회가 열렸기 때문에 헌법을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특히 이제는 소품종 대량생산 사회가 아닌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맞춤형 행정을 할 수 있는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부분의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을 논의하면 끝이 없다. 인간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
최순종 교수 :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본권과 지방분권 문제 등이 개헌의 핵심축이 돼야 한다. 개헌을 논의할 때는 방향성을 설정한 후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개헌의 방향성이 기본권과 인권, 지방분권이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권한과 책임이 몰려 있다.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
■ 김창학 정치부장 : 문재인 정부가 경기ㆍ인천지역에 풀어야 할 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이재은 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에 공약한 것을 크게 보면 교통 인프라 구축과 4차산업 혁명시대 준비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도민들은 수도권 규제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규제에 대해 새 정부가 어떠한 방향을 설정할지 지켜봐야 한다.
최순종 교수 : 수도권 규제 완화는 결국 비수도권과의 갈등 문제인데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당장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이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지역발전 차원에서 접근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광재 사무총장 : 그동안은 후보자들이 공약을 내세우면 그것을 해달라고 하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해당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시개발에 대한 구상 등을 하고 이것을 후보자들에게 줘 공약화해야 한다. 경기도 역시 이번에 이러한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더욱 활발해 져야 한다.
이범관 전 국회의원 : 사실 그동안의 중앙정부를 보면 경기도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통령이 대구공항 문제로는 이야기해도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갖고는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지 않느냐. 그러나 국가정책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도가 매우 중요한 지방자치단체이다.
향후 경기도는 4차산업 혁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곳이다. 그럼에도 수도권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가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비수도권과의 정치적 논리 탓에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민들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자강론이 필요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경기도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전략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 김창학 정치부장 :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범관 전 국회의원 : 중심을 잡고, 마음을 비우고, 정말로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건설해 다시는 비리나 부정부패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영래 교수 : 국민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에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광재 사무총장 : 세계적으로 실패한 대통령들은 듣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람들이다. 경청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서민들이 겪고 있는 극한 삶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또 선거 공약을 잘 지켜 신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순종 교수 :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념문제, 사회문제, 지역갈등 등 다양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대통령 됐으면 좋겠다. 또 선거 과정 속에 나왔던 비판을 잘 수용하고 반성한다고 하면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재은 원장 : 취임 첫 날인 오늘, 그 마음 속에 있는 초심이 퇴임식 하실 때까지 변하지 않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소통을 이야기했는데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면 5년 후 성공한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김창학 정치부장
정리=이호준 허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