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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공원 현충사를 아시나요 - 경기일보 4월 13일 -

dd100 2015. 4. 14. 08:52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독립공원에서 광복 70주년 기념 ‘나라사랑 순국선열 따라 걷기’ 행사가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와 ROTC중앙회 공동주최로 개최되었다.

봄기운이 물신 풍기는 휴일 ROTC 출신 장교와 후보생 1천여 명을 비롯하여 시민 2천300여 명이 한강과 북한산이 보이는 안산자락 7킬로미터를 태극기를 들고 걸으면서 순국선열들의 얼을 기리는 보람있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삼일절과 같은 기념행사가 있을 때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드리고 있다. 이는 순국선열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 고귀한 목숨을 바치신 뜻을 기리기 위한 것임은 물론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발전된 국가로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의식과는 달리 순국선열을 기리는 우리의 자세는 지극히 허술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순국선열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의사와 열사’를 말하며, 특히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투쟁하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로서 유족회 자료에 따르면 무려 3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등등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순국선열 중에서 건국공로 훈장을 받은 분은 겨우 1%인 2천900여 명이고 이 중 보상금을 받는 유족은 25%인 74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순국선열들의 위패를 모신 독립공원 내에 있는 현충사의 관리도 부끄러운 실정이다.

우선 대부분의 국민들은 현충사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모신 아산 현충사, 동작동의 현충원은 잘 알고 있으나,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신 현충사는 극히 일부 국민들만 알고 있다. 필자 역시 이번 행사 참석으로 현충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으며, 당일 참석자 대부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위패 봉안관이 설립된 것은 1996년이며, 최근까지도 봉안관은 순국선열기념일만 개방하다가 지금은 참배객을 위하여 매일 개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참배객들을 위한 편의시설 하나 제대로 마련되어 못할 뿐만 아니라 현충사 운영조차도 비영리단체인 유족회에서 담당하고 있어 안내원 비용 등 재정상의 문제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년 광복절 전후만 되면 일본의 전범들 위패가 보관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총리나 각료들이 참배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다. 세계 제2차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전범을 추모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몰염치한 행위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위패 관리문제만 보면 야스쿠니 신사는 현충사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참배객들을 위한 안내와 편의 시설도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넋을 기릴 각종 전시시설도 마련되어 있어 일본 청소년의 애국심 고취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말로만 순국선열 숭배를 하지 말고 진정으로 순국선열을 숭배할 수 있는 각종 보상의 확대는 물론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현충사 제반시설부터 제대로 갖추기 바란다. 대부분 유족들의 생활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걷기 행사 시 안산 자락길 곳곳에는 순국선열의 독립운동 활약 내용을 안내하는 설명문이 부착되고 순국선열의 이름을 딴 ‘유관순 바위’ ‘청산리 솔밭’ ‘이봉창 전망대’ ‘안중근 광장’ 등의 명명식도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안산 일대 둘레길을 ‘순국선열 둘레길’로 명명하여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다면 순국선열의 애국심을 더욱 가깝게 대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前 동덕여대 총장객원논설위원)